‘원형’을 찾아 나서는 돈키호테 공구 작가


‘신자유주의 경제’로 왜곡된 실체적 ‘사회’ 통찰
12월 9일까지 G컨템포러리 국내 첫 개인전

디지털카메라와 그래픽 툴을 이용한 공구 작가의 개인전 ‘악마의 맷돌’.

[화이트페이퍼 임채연 기자] ‘신자유주의 경제’의 맨얼굴을 형상화하고 있는 공구 작가의 개인전 ‘악마의 맷돌’이 12월 9일까지 G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사진작가로 출발하여 확장시킨 10여 년간 다각적으로 연구해 온 작품 ‘원형’과 시스템화된 거대한 ‘약탈’의 상징물로 완성한 BOX 시리즈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원형과 약탈에 대한 작가의 수평/수직적 관점의 통찰적 결과물들을 디지털카메라와 그래픽 툴을 이용하여 시각화하고 무수한 BOX의 픽셀들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깨워냈다.

경제전문가 ‘화이트독 WHITE DOG’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자본과 철학, 역사와 예술이 총체적인 하나의 메타포로 경계를 넘나들며 ‘스스로 지키는 원형의 힘’을 각성시키는 새로운 지점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2013년부터 시작된 원형과 약탈의 집대성된 결과물이다. 지구에 있는 많은 대중들은 고대 또는 그 이전부터 수많은 약탈을 받아왔다. 대륙의 수평적 약탈부터 수직적 인간 등급의 약탈이다. 이러한 약탈에는 과거에 전쟁과 계급제도가 주를 이뤘고 또 하나의 축은 종교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 약탈 프로그램은 더욱 진화하여 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자본 약탈’과 ‘자본 계급’의 진화로 이어졌고 1,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동시대에는 더욱 첨예한 진화를 통해 전세계가 하나의 굴레에 사로잡힌 자본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과 함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등장하여 각 국가와 은행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탈 제도권 금융도 등장했다. 그러나 ‘탈중앙화의 탈脫’은 국가와 은행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의미이나 오히려 그들의 ‘거대한 하나의 중심’으로 몰아가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대중은 눈치채지 못한다. 이 장치는 모든 산업과 세계 금융의 일원화를 만드는 거대한 약탈시장의 도구인 것이다. 고대의 신화에, 중세의 종교에, 근대의 물신에, 현대의 금융신에 인간은 늘 그렇듯 포식자의 형태와 수법만 바뀔 뿐 숭배하고 빠져들 뿐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힘은 원형에 있다.”

공구작가의 작품은 산업혁명과 시장자본주의가 사회를 맷돌처럼 통째로 갈아 인간을 원자로 만들어버렸다는 칼 폴라니의 실체적 ‘사회’와 연결된다.

시인이자 미술출판인 박덕흠씨는 그를 두고 원형을 찾아나서는 돈키호테라 칭했다.

"세이렌(스타벅스로고 속 여인)의 매혹적인 노래는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며 인간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의도대로 사람 들을 파멸시킨다. 칼 융은 외부의 숭배적 요소가 내재적 가치와 원형을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실체 뒤에 숨어있는 외부의 아우라가 권력과 힘을 갖고 우리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우리의 원형을 병들게 하고 파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의 말이다. 이제 약탈자들은 종교에서 물신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래도 세이렌은 부셔진다. 부셔져야 한다. 독수리의 몸에 얹혀진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고혹적인 노래도 실패가 될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의 유혹을 지나쳤고 오르페우스는 세이렌의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리라 연주와 노래로 세이렌에게 굴욕감을 주었다. 세이렌들은 무시와 굴욕감에 자살을 한다. 치명적인 유혹도 실패한다.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원형의 실마리가 약탈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공구의 의도도 여기에 닿아 있을 것 같다.”

공구작가의 원형의 힘은 ‘거대한 전환’의 저자 칼 폴라니의 실체적 ‘사회’와 연결된다.

폴라니는 자기조정적 시장이 인간 본성에 내재한 사회성 내지는 공동체성을 해체하고 파괴한다고 보았다. 산업혁명과 그 이후 성립한 시장자본주의는 사회를 맷돌처럼 통째로 갈아 인간을 원자로 만들어버렸다는 주장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지켜주는 관계의 총체가 사회인데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사회'를 제거하고 모든 것을 경제와 시장에 복속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그리고 그 이후로 내내 국가의 능동적 개입을 통해 완성되고 작동했다고 주장한다.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유토피아’라고 못박았다. 자기조정 시장을 세운다는 것은 적어도 수천 년 수만 년의 인류사에 비추어보면 '자연적'이기는커녕 극히 인위적인 유토피아적 망상이라는 것이다. 인간ㆍ자연ㆍ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시장'에 맡겨둔다면, 결국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비극만 낳고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란 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종교,사회 관계들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밑에 버티고 있는 실체인 '사회'를 발견하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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