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르트아트2019 국제전시회' 출품작 '판타스마고릭'의 작가 '공구'


노르트아트2019 국제 전시, 사진제공 = 공구 작가

지난 6월 1일 독일 뒤셀도르프의 '노르트아트(NordArt)' 미술관에서는 전 세계에서 선정된 약 200명의 예술가의 작품 전시가 열렸다.

이 '노르트아트 국제 전시'는 매년 약 5개월간 진행하며 유럽에서 열리는 현대 미술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02개국 약 3천 명의 아티스트가 지원한 이번 공모에서 한국 작가 중 2인이 선정됐다.

노르트아트 2019 국제 전시에 출품한 한국인 공구와 전다영 작가 중 포토그래픽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공구 작가를 만났다.

▶▶ 인사말 부탁드린다.
▷▷ 안녕하세요. 작가 공구입니다. 회화와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시각 미술 작가로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을 많이 합니다.

▶▶ 이번 '노르트아트2019 국제 전시' 출품을 축하드린다.
▷▷ 감사합니다. 제가 작가 활동을 시작하고 2013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했었어요. 그러다가 준비하던 시리즈가 2018년에 완성돼서 해외에 선보이고 싶었는데 마침 공모에 초대돼서 매우 기뻤습니다.

▶▶ '노르트아트2019 국제 전시' 출품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해 준다면?
▷▷ 노르트아트는 세계적인 미술관이에요. 지난 1997년 문을 닫은 철 생산 공장 용지에 1999년부터 전 세계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재사용되고 있죠. 공장이었던 만큼 2,200㎡의 전시장과 80,000평의 조각공원으로 이뤄져 있어 그 큰 규모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부러워요.
매년 전시장을 새로 제작해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시간과 인력을 쓰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이번 전시에 한국에서는 단 두 명만 초대돼서 아쉬움이 있는데 세계 진출을 꿈꾸는 많은 작가에게 꼭 시도해볼 전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노르트아트 국제 전시'는 해당 사이트 공모 기획 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받은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은 심사위원단(jury)에 의해 약 200여 명이 선발하게 된다.
이 전시는 해마다 주제를 정해 종합적인 현대 미술의 파노라마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 이번 전시 소개작 '판타스마고릭(Phantasmagoric)' 시리즈는 어떤 것인가?
▷▷ 이 작품의 큰 양대 산맥은 '원형'과 '약탈'입니다.
각 나라의, 각 민족의 원형(전통이나 그 지역의 계승되는 많은 물질적, 정신적 가치)은 약탈에 의해 소멸하거나 가치가 사라지는 현상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환등상 이란 의미를 가진 판타스마고릭은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철학 저서에 등장하는 단어로 대중을 현혹하여 이득을 취하는 도구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제 작품은 과거에서 현대까지 모습을 계속 바꿔가며 약탈을 하는 약탈자들을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작품이 신기함을 품고 있는데 어떻게 작업 된 것인지 말씀해줄 수 있는가?
▷▷ 제 작품은 3D 툴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2D 모자이크와 구분하고자 '디지털 3D 콜라주'라고 쓰고 있습니다.
사물을 하나하나씩 오려 컴퓨터상에서 그 사물들을 새로 배치해 새로운 환영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쉬워요. 하나의 상자 단위가 쌓여 거대한 입체 형태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단위와 큰 단위가 만나서 반어법적인 배치가 되고 있죠.

▶▶ 굉장히 고된 작업이라 생각되는데 실제로 어떤가?
▷▷ 예상하신 데로 작업 노동강도나 집중도가 높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높은 편이에요. 작업 도중 팔이 마비된 적도 있는데 치료에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무리하면 어깨가 힘든 편인데 작업의 강도를 빼면 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어요.
그렇다 보니 보통 한 작품 만드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판타스마고릭 작품은 꼬박 2년이 걸렸고요. 요즘처럼 '빨리빨리' 문화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한다는 건 남들이 보기엔 다소 미련해 보이겠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전시장에 오는 관객에게 새로운 '감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저는 앞으로도 더 역동적이고 장엄한 장면을 철학적 깊이와 함께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요.

'노르트아트 국제 전시'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재즈, 오케스트라 공연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 다양한 행사가 함께하며 지역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 작품을 현장에서 판매도 한다.

▶▶ 이번 출품된 '판타스마고릭 에디션1'이 꽤 높은 가격에 팔렸다던데?
▷▷ 독일의 저명한 아트컬렉터인 '히트임모빌리엔(hit-immobilien)' 그룹에서 제 작품을 7만 유로(약 9천만 원)에 구입했어요.
사진 작업은 에디션(edition, 프린트 개수)을 정하는 일도 매우 고민되고 그 에디션 수량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판타스마고릭'은 9개로 정하고 7만 유로의 가격을 책정했어요.
작품의 크기가 큰 것을 고려해도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주변 조언이 있었지만 긴 제작 기간, 철학적 가치의 작품성에 당당히 가격을 적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해외 경험이 많지 않은 저와 제 작품이 그들에게 인정받아 판매됐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으며 인정받았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공구 작가가 제작한 '판타스마고릭'은 보는 위치와 시각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회화 작품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종이박스를 촬영한 사진일 뿐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작가만의 영역과 좌표를 찾고 싶어 했다고 했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 작가를 꿈꾸는, 혹은 '노르트아트 국제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 저도 아직 한참 성장해야 하는 작가라 누구에게 말을 전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미술이나 사진에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가치를 계속 다듬어 나간다면 누구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계속 도전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끝인사 부탁드린다.
▷▷ 저는 꾸준히 세상에 가치 있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개인전을 하지 못해 가까운 미래에 작품과 어울리는 좋은 전시장에서 전시하게 된다면 좋겠고요. 전시를 통해 더 폭넓은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궁금하시다면 제 작가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 및 작업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이 있다면 꼭 방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공구' 작가

오성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